영화"써니"를 보면 그 시절의 학교 문화는 지금과는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1980년대를 그대로 잘 묘사한 덕분에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에게는 자신이 다녔던 학교의 모습을 다시 추억하게 만들고 현재의 우리 아이들 세대는 나의 부모님 세대들이 어떻게 학교생활을 했는지 짐작하게 하고 나의 부모세대의 모습을 보면서 그들을 어느 정도 이해하는 시간을 갖게 만들어 주기도 한다는 의미에서 영화 써니는 단순히 학창시적을 추억하는 용도의 영화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글에서는 영화 써니를 통해서 1980년대 사회분위기를 복장, 학교, 거리문화의 모습을 통해 살표보고자 합니다.
복장: 당시 유행과 학생문화
지금 학생들은 두발과 복장에 있어 어느 정도 자율성을 인정해 주지만 1980년대에는 학교에서 머리스타일 머리길이 그리고 복장에 있어서도 구체적인 규칙을 가지고 학생들을 규율하고 단속하는 구조였습니다.
아침마다 선도부 학생부장선생님의 검열을 통과해야 학교에 진입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영화 써니를 보다 보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장면은 바로 주인공들의 복장입니다. 1980년대 한국은 미국의 문화에 크게 영향을 받던 시기로 학생들의 복장도 미국문화의 영향을 받아 학생들의 복장에도 크게 영향을 미쳤습니다. 특히 여학생들은 교복 위에 다양한 사복을 레이어드해 입으면서, 정해진 틀 안에서도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뽕이 들어간 재킷, 배꼽티, 큰 리본 머리끈, 다리엔 레이스 양말을 신고 스니커즈를 신는 패션은 지금 보면 촌스럽지만, 그 시절엔 한껏 멋을 부리고 나름 그 시대의 패셔니스타들의 모습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당시에 학교 규율은 굉장히 강해서 그들의 이러한 개성 표현은 단속과 제제의 대상이 되었고 이를 피하기 위한 에피소드 역시 영화의 중요한 재미 요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단발머리를 강제하거나 머리카락 길이를 자로 재던 이른바 두발 단속의 학교 시스템에서는, 패션은 일종의 저항이기도 했습니다. 써니 속 등장인물들이 몰래 화장을 하고, 교문 앞에서 선도부에게 쫓기는 장면은 단순히 웃음을 위한 장치가 아니라, 당시 청소년들이 겪어야 했던 현실 그 자체로 그들만의 애환이라고 해야 맞는 표현인 것 같습니다.
또한 교복 바지통을 넓히거나 치마를 짧게 줄이는 식의 교복 변형은 당시 학생들 사이에서 일종의 유행처럼 번졌습니다. 영화는 이처럼 그들의 복장을 통해 단순한 외형뿐만 아니라, 그 시대 청소년들이 가지고 있던 심리와 감정까지 자연스럽게 영화에 담아내고 있습니다.
학교: 위계, 단속, 그리고 우정
1980년대 학교는 굉장히 엄격한 분위기의 학교생활이었습니다. 써니 속 학창 시절은 지금 세대가 보면 마치 규율이 강하게 존재하는 군대처럼 느껴질 정도로 선후배 간의 위계질서가 강하고, 학교가 강제했던 규율이 강하게 작용하는 문화가 팽배했던 시절이었습니다. 지금은 생각할 수 없을 정도의 선생님들의 체벌은 일상적인 일이었고, 학생들은 두발, 복장, 행동 하나하나에 있어 감시와 제재를 받는 입장이었습니다. 아침 등교 시에는 교문 앞에 늘 선도부가 서서 머리카락 길이, 귀걸이 여부, 화장 흔적을 검사하던 풍경은 그 시대를 살아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장면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억압적인 분위기 속에서도 학생들끼리의 우정은 오히려 더 단단하게 피어났습니다. 써니의 주인공들은 학교라는 틀 안에서만 친구였던 것이 아니라, 서로의 삶을 공유하고 어려움을 함께 극복해 나가는 진정한 친구였습니다. 공부보다는 친구와의 관계 그리고 우정, 집단 속에서의 그들만이 함께하는 유대감이 훨씬 중요한 시절이기도 했습니다. 서로를 패거리라고 부르던 문화도 있었지만, 사실 그 속에는 따뜻한 정과 끈끈한 연대가 있었습니다.
지금은 학교문제에 있어 개인화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어 왕따 문제가 학교에서의 중요한 문제로 다뤄지고 있지만 그 시대에는 그룹과 그룹 간의 편 가르기를 통해 발생하는 문제가 더 일반적이던 시절이기도 했습니다. 써니 속에서도 나미가 서울로 전학 온 후 새로운 친구들과 친해지는 과정을 보면, 이 시기의 학교생활이 단순히 공부만 하는 공간이 아닌 사회성의 첫걸음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영화를 통해 보면 또래 간의 갈등과 화해, 선후배 간의 위계, 집단 내에서의 역할 분담 등은 모두 지금 세대가 간과하기 쉬운 시대적 특징입니다. 영화는 이 모든 요소를 사실적으로 표현하고 있으며 이를 문제화하기보다는 따뜻한 시선으로 풀어내고 있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더욱 감동적으로 다가옵니다.
거리문화: 음악, 간판, 분위기
써니가 주는 또 하나의 감동은 거리 풍경에 숨어 있는 당시의 모습들을 너무나 디테일하게 표현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영화는 세트장을 꾸며서 과거를 그대로 재현하려고만 한 것이 아니라, 1980년대의 공기, 분위기를 고스란히 담아내려고 한 흔적이 역력히 나타나는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좁은 골목길, 손글씨 간판, 붉은색 공중전화 부스, 그리고 어딘가에 붙어있는 선거 벽보까지. 이 모든 것이 과장되지 않고 자연스럽게 녹아들면서,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간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만큼 현실적인 디테일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거리에서 들리는 음악도 빠질 수 없는 요소입니다. 송골매, 조용필, 김완선 등 당시 인기 가수들의 곡이 배경음악으로 흘러나오며, 관객들에게 영화의 감성을 극대화시켜 줍니다. 특히 이문세의 옛사랑이나 소녀 같은 곡이 주는 감정선은, 영화 속 인물들의 이야기에 음악적 힘을 더해서 깊은 공감을 형성하게 해 줍니다. 거리에서는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맞춰 친구들과 춤을 추거나, 때론 싸움을 벌이기도 하는 등 당시에 유행했던 음악과 결합하여 영화의 생동감을 더해 줍니다.
그 당시 거리문화는 지금처럼 디지털화된 세상이 아니었기 때문에, 직접 만나고 부딪히며 소통하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친구들과 만화방에 가서 만화를 보고, 분식집에서 떡볶이를 사 먹고, 오락실에서 오락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 모습들은 그 시대의 소소한 일상 속 그들이 지녔던 행복을 상징합니다. 써니는 이런 장소들을 단순한 배경으로 사용한 것이 아니라, 그 자체가 인물들의 삶과 감정을 담는 그릇으로 활용하며 그들의 마음을 관객들에게 전달하는 매개체로서의 역할을 하게 했습니다. 거리 속 사람들과의 관계, 분위기, 냄새까지도 화면을 통해 고스란히 전달되어, 관객들에게 따뜻한 공감과 향수를 느낄 수 있게 해 줍니다.
영화 '써니'는 1980년대라는 특정 시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그 안에 담긴 이야기는 결코 옛날이야기로만 치부해서는 안될 것 같습니다. 복장 하나, 교실 속 대화 한마디, 거리에서 들려오는 음악 소리까지도 단순한 요소가 아닌, 그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의 감정과 삶의 방식, 인간관계를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장치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도 써니는 그 시절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에게는 추억을, 경험하지 못한 세대에게는 그 시대의 사람들의 삶을 공감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시대는 변했지만, 친구를 아끼고 소중히 여기는 마음, 억압되고 통제된 환경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으려는 노력, 그리고 그들의 순수한 열정은 세대를 넘어 모두에게 감동을 주기 때문입니다.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도 언젠가 '오늘'을 그리워하며 그때를 그랬었지 하며 이날을 회상할 날이 올 겁니다. 그렇기에 써니는 단순한 복고 영화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며, 누군가의 청춘이자 인생의 한 부분입니다. 영화 써니는 봐도 봐도 질리지 않는 영화 중에 하나인 것 같습니다. 오늘 한 번 더 이 영화를 돌려보며 과거의 우리를 회상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